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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합시다 ⓪ 신앙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 로마서 12장 2절

by faith.log 2026. 1. 1.


보이지 않는 위험은 점검을 통해 드러난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여도, 정밀한 건강검진을 통해서야 비로소 발견되는 병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통증이 없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증상이 없을수록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국가적으로 건강검진을 권한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스스로 느끼는 감각이 아니라, 점검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신앙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신앙은 육체보다 더 쉽게 스스로를 속인다. 오랫동안 교회를 다니고, 예배와 봉사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신앙이 여전히 건강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성경은 인간의 마음을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는 말씀처럼, 인간은 자기 자신을 가장 쉽게 속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은 신앙을 ‘유지되는 상태’로 보지 않는다. 신앙은 끊임없이 점검받지 않으면, 서서히 변질된다. 요한계시록이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실상은 죽은 자”라고 경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앙의 외형과 실제는 언제든 분리될 수 있다.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신앙은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개혁주의 신앙은 이 질문을 언제나 기초로 되돌려 묻는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그분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조정되는 분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주권적으로 다스리시는 분인가.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왜 이 땅에 오셨는가. 단지 삶의 위로를 주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전적으로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구속주이신가. 예수님의 십자가는 도덕적 모범인가, 아니면 죄인을 대신한 실제적인 대속인가. 예수를 믿을 때 인간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단순한 태도의 변화인가, 아니면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지는 근본적인 사건인가.
 
신앙생활의 목적 역시 분명히 점검되어야 한다. 신앙은 삶을 조금 더 안정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다. 구원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왜 반드시 구원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가. 성경이 말하는 인간은 스스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전적으로 은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천국과 지옥은 상징인가, 아니면 실제인가. 교회는 종교적 취향의 선택지인가, 아니면 하나님께서 말씀과 성례로 자기 백성을 부르시는 언약 공동체인가. 예배는 인간의 만족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정하신 방식으로 그분을 만나는 자리다. 성경은 참고서가 아니라, 신앙과 삶의 유일한 규범이다. 기도는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앞에 자신을 굴복시키는 은혜의 통로다. 성령은 막연한 능력이 아니라, 말씀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인격이시다.

성경으로 돌아가야 이유

이 모든 질문 앞에서 우리는 결코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할 수 없다. 예수님께서 가장 엄중히 경고하신 신앙은, 형식은 갖추었으나 마음은 하나님에게서 멀어진 신앙이었다. 말씀보다 인간의 전통에 익숙해진 신앙, 은혜보다 습관에 기대는 신앙을 주님은 단호하게 책망하셨다.
 
아무리 잘 설계된 시스템이라도, 오랜 시간 쌓인 오류를 방치하면 결국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때 필요한 것은 부분적인 수정이 아니라, 근본적인 초기화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며 쌓아 온 수많은 경험과 관습, 검증되지 않은 이해들이 어느 순간 신앙의 중심을 가려 버릴 수 있다.
 
그래서 개혁주의 신앙은 늘 외친다. “성경으로 돌아가라.” 경험이 아니라 말씀으로, 전통이 아니라 계시로, 감정이 아니라 진리로 신앙을 점검하라는 부르심이다.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것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오래되고 편리하며 익숙한 방식일지라도 내려놓아야 한다. 신앙의 갱신은 새로운 것을 더하는 일이 아니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다.

다시 시작하는 자리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이 말씀은 감정적 결단이 아니라, 말씀 앞에서의 구조적 전환을 요구한다.
 
앞으로 start.log를 통해 성경을 따라, 우리가 신앙생활에서 반드시 붙들어야 할 기독교 신앙의 본질과 실재를 하나씩 점검하고자 한다. 이 시간은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신앙을 말씀 앞에 세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신앙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점검받지 않는 신앙은 반드시 흐려진다.
 
그러니 다시 시작하자.
은혜의 처음 자리에서, 말씀 앞에서.


About Author

최종의

총신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영창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프리셉트 성경연구원의 연구원이자 강사로, 말씀을 삶 속에 새기며 신앙과 일상을 잇는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주님을 찬양하며, 주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여 선한 열매 맺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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